왜 우리는 퇴근 시간만 기다리게 될까?

안녕하세요.

언제부턴가 회사에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시계를 보는 것입니다.

'퇴근까지 4시간 남았네.'

조금 있다가 또 봅니다.

'이제 2시간.'

이상한 것은 시계를 봤다고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도 아닌데, 저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됩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1시간만 더 버티면 된다.'

예전에도 퇴근 시간을 기다리긴 했지만, 요즘은 유난히 시간을 더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언제부터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을까?'

회사에서 잠깐 쉬는 시간이 있으면 저는 가끔 동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형님도 출근하기 싫으세요?"

후배들에게도 장난처럼 묻습니다.

"너도 출근하기 싫냐?"

그런데 신기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이렇게 대답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는 회사 오는 게 좋아요."

대부분은 웃으면서 말합니다.

"당연히 싫죠."

"퇴근만 기다립니다."

"월급 아니면 누가 오겠어요."

그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는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더 힘든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은 괜찮은 편입니다.

정해진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은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일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거나,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금방 긴장하게 됩니다.

추가 업무가 생기거나 계획이 바뀌면 그날 하루가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회사 카톡이 오거나 새로운 일이 생기면 마음부터 지쳐버립니다.

예전에는 이런 저를 보며 제가 유난히 회사를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근보다 퇴근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마 회사가 좋아서 다니는 사람보다,

생활을 위해 다니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활비도 필요하고,

가족도 책임져야 하고,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출근하기 싫은 날에도 결국은 출근합니다.

어쩌면 가장 힘든 것은 일이 아니라 선택할 수 없다는 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퇴근만 기다렸다면,

요즘은 퇴근 후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집에 가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하루를 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직 큰 변화는 없습니다.

블로그에서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고,

투자 계좌가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내일도 저는 출근할 것이고,

아마 시계도 여러 번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퇴근만 기다리며 하루를 버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퇴근 후를 기다릴 이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작은 변화 하나가 생각보다 제 마음을 많이 바꿔 놓았습니다.

어쩌면 삶을 버티게 하는 것은 퇴근이 아니라,

퇴근 후 기다려지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 자체가 조금 더 기대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제 자리에서 하루를 마무리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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